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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부모님을 보내고 우울증이 왔다 - 사건의 시작 2023년 3월 3일 금요일

by 다로가 2024. 7. 24.

 

엄마 암인거 같대..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라고 해서 지금 건양대에 와있어. 

 

 

부모님을 제외한 우리 4남매와 큰조카가 함께 있는 단톡방에 톡이 올라왔다. 

톡을 보고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

내가  본것인지 인지하는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 

 

그 전날 엄마가 통증으로 한숨도 못잤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다음날 모임에 나갔다가 

아빠의 성화에 병원으로 갔다는 이야기. 

다행히 대전에 와있던 작은언니가 수업을 취소하고 병원에 동행했고, 

 병원이 변변치 않아 병원을 옮겨 진찰 받는 중에 

작은언니가 초음파를 요구했다는 이야기. 

초음파에서 담석이 발견되었는데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해봤으면 좋겠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들고 건양대에 갔다가 

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어떤 정신으로 들었는지 그게 전화통화였는지 톡이었는지 

사실 기억이 온전치 않다. 

 

우리는 4남매이다. 

큰언니, 오빠, 작은언니, 그리고 나. 

큰언니는 일본으로 여행을 막 떠난 참이었고, 

우리는 평소대로의 일상을 살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는 우리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고, 

우리보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었기에 

엄마의 소식에 우리 모두 정신이 혼미해졌다. 

어느 자식인들 그렇지 않겠냐만은 

청천벽력이라는  이런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사실일까.. 

사실이면 어떻게 해야하지.. 

엄마에게 알려야하는 걸까. 

엄마가 너무 충격받지 않을까. 

아빠에게는 알려야할까.. 그럼 아빠는 바로 쓰러질텐데..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 속에 춤추듯 돌아다니는 것을 진정시킬 틈도 없이 

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인맥을 총동원해서 병원을 알아보았다. 

 

암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당연히 암에 걸렸을때 어떤 방식으로 치료에 들어가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하는지 우리 남매  누구도 알지 못했다. 

나이만 먹었지 

철없는 우리의 현주소가 낱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지만, 

부끄러워  틈도 없이 미친듯이 아는 모든 분들께 연락을 돌리고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암의 여부를 판단하려면 PET CT를 찍어야 한다. 

(사실  날만 해도 나는 폐CT를 찍어야한다는 소리로 듣고, 폐암도 아닌데  폐CT를 찍지? 했었다) 

그런데 요즘 너도나도 PET CT를 찍으려고 하는 통에 

순서가 오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하고 

건양대에서는 열흘 뒤에나 순서가 온다고 했다. 

설상가상 엄마가 입원한 날은 금요일 오후였기에 

별다른 조치도 검사도 하지 못하고 담석통증을 그저 진통제로 버티며 

토요일과 일요일을 버텨야하는 상황이었다. 

 

담석이 있는 것은 확실하기에 수술을 피할수 없을 거라 했다. 

그런데 암의 여부를 확실하게 알아서 암수술과 동시에 해야하니 

담석만 떼어내는 수술만을 할수는 없다고 했다. 

그럼 열흘동안 통증을 진통제로만 견디며 그저 시간을 보내라는 소리인가?!

 

내가 경험한 종합병원이라는 곳은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세상의 순서가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당장 통증을 멈춰졌으면 하는 환자의 소망과는 별개로 

담당의사의 스케쥴과 편의성에 맞춰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고, 

전문성이 없는 환자들에게 전문적인 용어를 써가며 설명하니 

어리둥절 못알아듣는 상황도 너무 답답했다. 

그렇다고 다시 되묻자니 의사들은 항상 너무 바쁘고 그리고 위압적인 경우가 많다. 

(철저히 개인의 경험입니다. 안그런 분들도 많겠지요)

굳이 영어로 전문용어를 써야하나 싶은 순간도 많다. 

영어로 휘갈긴 진료 상담내역의 영어를 나중에 찾아보면 

감기, 열, 통증.. 등의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단어일때가 얼마나 많은지. 

한국어로 풀어줘도 어려운 전문용어.  영어로 설명해야할까.. 

 

암튼. 

우리는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수집하다 

수술할 것을 대비해서 서울의 큰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대전에서 홀로지낼 아빠가 너무 걱정되었지만, 

 때는 엄마의 수술이 우선이었기에 

경험자들에게 들은 방법을 토대로 

3월 6일 월요일에  서울 00병원 응급실로 급하게 옮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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